[정규재 칼럼] 파리 기후회의, 종말론의 축제

입력 2015-11-30 17:54  

"파리 장악한 환경주의는 변형된 반문명주의일 수도
환경규제는 미국서도 치열한 좌우 이념논쟁 중
비용편익 계산도 없이 朴정부 세계서 가장 높은 37% 감축안 덜컥 약속"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어제 파리에서 개막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박근혜 오바마 시진핑 등 150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초대형 국제회의다. 실무자와 전문가, 그리고 각국에서 환경주의의 승리를 자축하며 모여든 운동가들까지 합하면 무려 4만명이다. 이런 규모라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방불케 한다.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인류와 지구를 구하는 어벤저스(Avengers)의 일원이라도 된 듯한 고양된 사명감에 도취할 것이다. 그렇게 광우병 축제 분위기 속에서 동지애도 넘쳐난다.

이산화탄소()는 정치극장의 주된 아젠다로 부상한 지 오래다. 그래서 어떤 과학적 반대 증거도 무력화시키고 만다. 연구비를 노리는 유엔 산하 연구원들로부터 주요 대학-영국이 본거지다-을 거쳐 각국 정부의 환경 관련 부처, 그리고 환경을 지킨다는 수많은, 크고 작은 각종 단체들에 이르면 환경주의(environmentalism)는 이미 중세 기독교를 방불케 하는 강고한 이념의 성채를 구축한 상황이다. 반대파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마녀로 불리게 될 운명이다. 그들은 최근에는 붉은색 살코기가 암을 유발한다는 논리까지 만들어냈다. 가축들이 내뿜는 엄청난 가스에 주목하게 되면 검은 연기로 뒤덮인 석탄발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탁의 스테이크들이다! 그렇게 인간 자신이 원죄 지은 존재가 될 때까지 참회가 강요된다.

와 지구환경에 대해서는 너무도 많은 경고가 넘치고 있어서 하루라도 그런 경고를 듣지 않으면 섭섭하다고 말해야 할 지경이다. 지구 온도의 미세한 상승이 자연 주기가 아니라 인간 활동에 의한(man made) 것이라는 주장도 이미 주류 이론이다. 반론들은 이단으로 취급돼 더는 공론에 발붙이기조차 어렵다. 환경호르몬이 과장된 소동이라는 것이 밝혀지고도, DDT가 곤충과 새들을 죽여 결국에는 《침묵의 봄》을 초래한다는 레이첼 카슨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이 입증되고도, 산성비 소동이 독일 흑림의 잘못된 관찰에서 생겨난 소동이라는 것이 확정되고도, 이런 반대 증거들은 변방의 작은 북소리다. 아니 ‘기후변화 정부 협의체 IPCC’의 보고서가 실토하는 “기온이 1.5~4.5도 정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불가지론적 결론조차 언론에는 4.5도의 극단치가 과장 보도되는 상황에서는 달리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다.

그런 환경주의 공포이론이 대한민국 환경부를 포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감축 목표를 전망치의 37%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정한 것을 보면 청와대까지 그런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도 파리회의 막전 분위기는 승리의 환호라기보다는 조심스런 모양새다. 오히려 교토의정서를 폐기하고 구속력이 없는, 그래서 체면만 그럴싸한 파리협약으로 이행한다는데 오바마와 시진핑이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와 있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영문도 모른 채 의아해 하고, 한국 산업계는 미국 덕분에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미국 의회는 이미 녹색기후기금(GCF) 30억달러 출연안을 부결시켰다. 인천의 GCF도 앞날이 험난하다. 미 의회는 또 오바마가 파리에서 그 어떤 강제적인 협약을 만들어 오더라도 모두 부결시킨다는 점을 명백히 한 상태다.

기후협약의 결과는 누가 뭐래도 경제성장의 유보 혹은 포기다. 극단적 환경주의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후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인간들이 찾아낸 새로운 피신처요 참호다. 그래서 파리가 1997년의 교토에 이어 구속력 있는, 글로벌 규제장치를 만들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한국 정부도 37% 감축으로 어느 정도 GDP를 희생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실업 증가를 용인해야 하는지, 가난한 자들의 에너지가 얼마나 더 반(反)환경적으로 전환될지, 원자력을 얼마나 더 써야 하는지, 녹색예산을 얼마나 더 퍼부어야 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더 걷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 자료조차 없이 전기료를 올리고, 공장 가동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줄이자고 선동한다면 이는 무당의 굿이나 다를 바 없다. 환경주의는 인류의 무의식을 지배해온 오래된 종말론의 현대적 변형이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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